지난 15일 조선일보 사회면 인물란에 "오로지 한국인을 위해 살다' 간 선교사라는 제하의 글이 선교사님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조선일보 양모듬 기자가 56년간 한국 선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고(故) 표수다(Issac F. Foster)선교사님의 삶과 선교에 관한 내용을 실은 것이었다.

 6월 4일 87세를 일기로 주님 품에 안기신 고(故) 표수다 선교사님은, 1954년 6. 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한국의 참상을 보고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며 근본주의 독립침례교회인 성서침례교회를 세우기 위해, 안정된 일본에서의 선교사역을 뒤로 하고 3년전 주님 품에 안기신 사모님과 함께 한국에 선교사로 오셨다. 그리고 56년간 신실하게  선교사역을 하시다가 주님 품에 안기셨다.

나는 고(故) 표수다 선교사님의 한국선교의 열매 중 하나이다. 그뿐 아니라 나의 아버지 또한  고(故) 표수다 선교사님의 한국선교의 열매이다. 특별히 나의 아버지는 한국 성서침례교회 세 분의 초대 집사님 중 한분으로 주님을 섬기시다가 1968년 주님 품에 안기셨다. 아버님이 선교사님보다 년세가 더 높으셔서 평소에 형님이라고 부르실만큼 두 분의 관계는 각별했었다.
 
5. 16 쿠데타 이후 일을 할 수 없으셨던 아버님은 백방으로 애를 쓰셨지만 년세가 높아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월세조차 낼 수 없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 오갈데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바로 그때에 교회 터 안에 있던 집에 거할 수 있게 하시고 아버님으로 하여금 사찰일을 할 수 있도록 하심으로, 생활과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배려하신 선교사님의 도움을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중, 고교 시절 먹고 살 수는 있었지만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했던 나에게 학비를 대주시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하나님 앞에 귀하게 쓰임받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격려해 주셨던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이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월남하여 일찌기 어머니를 여의고 아무 친척조차도 없었던 나에게 선교사님의 도움은 바로 주님의 손길이었고 기적의 손길이었다. 

1965년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목회자가 되기로 헌신하였으며, 나의 사역의 MODEL은 선교사님이었다. 나는 선교사님처럼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하고 하나님의 돈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역자가 되며, 나에게는 엄격하되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그러운 하나님의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였다. 비록 그렇게 살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70년 신학교를 졸업한 나는 6월 1일 선교사님의 주례로 아내와 결혼을 하였으며, 지난 6월 1일 결혼 40주년을 맞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선교사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선교사님 또한 아들이라고 부르며 친밀한 관계를 계속해 나왔다. 내 아내 또한 선교사님을 아버지라고 사모님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시부모님처럼 공경해왔다. 나의 아이들 또한 선교사님 부부를 할아버지 할머니라 부르며 잘 따랐다. 누가 보아도 부모와 자식같은 관계였다.
  
그러한 사모님이, 그러한 선교사님이 이 땅을 떠나 모두 주님 품에 안기셨다. 선교사님 생전에 나는 치매로 고생하시는 사모님을 모시고 미국으로 돌아가시라고 몇번이나 강력하게 말씀드렸었다. 그러나 선교사님은 한국에 뼈를 묻으시겠다고 하시며 요지부동이셨다. 결국 먼저 주님 품에 안기신 사모님과 그 뒤를 이은 선교사님은 한국 땅에 묻히셨다.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을 위해 살다가 그렇게 사랑하시던 한국 땅에 묻히신 것이다.
 
이제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던 선교사님은 더 이상 이 땅에 계시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분의 신앙과 사역에 대한 열정,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일하시며 나에게 "열심히 일하라"(Work hard)고 도전 하시던 그 모습은 아직 나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를 계속해서 자극한다. 이제 나도 그 자극과 도전에 힘입어 그분처럼 귀한 사역을 하고 싶고, 그분이 사셨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분을 위해 나를 내어주는 삶을 살려고 한다. 
선교사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2010-06-19 

김희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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