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가짜

진경호 2016.07.02 22:15 조회 수 : 384

"내게, 주여, 주여, 하는 자가 다 하늘의 왕국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르기를,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대언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주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내쫓지 아니하였나이까? 주의 이름으로 많은 놀라운 일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결코 알지 못하였노라.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너희는 내게서 떠나라, 하리라." (마 7:21-23)


파리에서 재미있는 전시회가 열렸던 적이 있다. 이름하여 "가짜 상픔 박물관"이라는 전시회였다. 프랑스 자국(自國)의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설한 전시회였는데, 외국에서 프랑스의 유명 상품들의 상표만 도용(盜用)해서 마치 프랑스 제품처럼 만들어 놓은 것을 전시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불명예스럽게도 이 전시회에서 우리나라가 가짜 프랑스 상품을 가장 많이 만든 나라로 소개되었다. 태국과 중국과 대만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가짜 상품 대국(大國)으로 소개되었던 것이다. 

어디나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한국에는 가짜가 많은 것 같다. 가짜 보석으로 시작해서 가짜 그림, 가짜 도자기, 가까 의약품, 가짜 유명 의류, 심지어 먹는 식품까지 거의 모든 상품에 가짜가 있다. 가짜 의사, 가짜 변호사, 가짜 목사, 가짜 안기부 직원, 가짜 청와대 직원등 직업도 가짜 투성이다. 

심지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에도 가짜 실종자, 가짜 유족들까지 설쳐댔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 "가짜의 나라"라고 하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가짜들이 진짜들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찐짜 같은 가짜들, 아니 오히려 진짜보다도 더 그럴듯한 가짜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무성영화(無聲映畵)가 한창 인기 있었던 1920년대, 팬터마임(pantomime몸짓만으로 하는 연극)의 대가(大家)였던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이다. 

어느날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이 여행을 하다가 어떤 지방에서 "찰리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참가했다. 채플린 특유의 콧수염을 달고, 영국 신사모를 쓰고, 지팡이를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열심히 연기를 했다. 그런데 찰리 채플린은 이 대회에서 입상(入賞)도 못하고 말핬다. 가짜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했으면 진짜가 떨어졌겠는가? 

이처럼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가짜들은 신앙의 세계에도 존재할 수 있다. 하나님의 대언자 같지만 실상은 가짜인 거짓 대언자들이 있다. 신앙 같지만 실상은 구원받지 못한 불신앙이 있다. 진리 같은 비진리가 있고, 신앙 같은 불신앙, 진실 같은 거짓, 겸손 같은 교만, 헌신 같은 자기 욕심 등 가지각색의 가짜들이 우리 신앙생활 속에도 존재할 수 있다. 

 

2010-09-28

김희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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