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이 취직을 하려고 이력서를 쓰게 되었다. 성명 난에는 사오정이라 바로 썼는데, 다음 항목부터는 이렇게 썼다.

“본적 : 누구 말입니까?

주소 : 뭘 달라는 겁니까?

호주 : 아직 안 가봤음

신장 : 두 개 다 있음

모교 : 엄마가 다닌 학교라 잘 모름

자기소개 : 우리 자기는 아주 예쁨

사오정은 사람들에게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캐릭터로 웃음을 던져줍니다. 통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고 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것은 웃자고 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의 해학에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웃음 뒤에 시대의 흐름을 비평하는 날카로운 분석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하는 지금 우리의 시대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시대’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남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는 시대입니다. 세대 차이라는 매력 없는 단어가 가족 사이를, 직장의 동료와 사회의 선후배 사이를 단절시켜 의사소통이 되지 않게 만드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시대는 답답한 시대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어떻습니까? 주님은 목이 터져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사오정 노릇을 하므로 코메디를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자기를 낮추고 섬기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늘 나를 챙기기에 바쁘고, 대접받는 자리를 찾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한 알이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열매를 맺듯이, 자아가 죽어야 주님의 생명이 역사한다고 말씀하셔도 자기를 죽어라고 붙잡고 살다가 주님을 욕되게 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늘 예수님께서는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눅8:8)라는 말씀을 즐겨 쓰셨습니다.

말귀를 알아들어야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이 있고 학벌이 출중하고 성격이 쓸만해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면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모자라도 부족해도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은 얼마든지 함께 마음을 통하고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당신의 일과 사명을 맡기실 때에는 한 가지 조건을 보시고 일과 사명을 맡기십니다. ‘들을 귀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이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사람 안에서 진리를 펼쳐 나가기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말 귀를 못 알아 듯는 사오정을 일군으로 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답답하겠습니다. 아마 주님의 일이 엉망이 되고 말것입니다. "주님, 말 귀를 알아 듯는 종이 되게하소서"

 

 

김희옥 목사 

부산성서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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